내가 경험한 기업박물관 |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내가 자리 잡은 곳은 기업박물관이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규모도 나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오기 전까지 학예인력은 전무하다시피 했으며 체계도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입사하고 다른 일반 사원들과 같이 일해야 했으며, 그들의 업무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물관의 규모는 있었지만 체계가 없으니 학예사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었다. 다들 내가 무슨일을 하는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입사한 후 의욕적으로 많은 일을 하려고 했지만 대부분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그거 안 했어도 박물관이 잘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주변에서 점점 나의 가치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학예사가 무슨일을 하는지, 학예사가 왜 필요한지를 주변 동료들이 알아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사에서 나를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졌다. 물론 지금도 학예업무 외적인 일을 많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그래서 더 일할 맛이 난다.
기업박물관의 장점 |
기업박물관의 장점은 첫번째 급여가 나쁘지 않다. 많이 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게 주지도 않는다. 최저시급보다 많이 주고, 연차가 쌓이면 연봉 상승 여지도 있다. 회사에 따라 학예사의 급여가 어떻게 정해질지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나는 아주 적은 연봉으로 시작해 지금은 딱 평균 수준을 받고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승진이 가능하다. 회사의 조직체계를 따르기 때문에 학예사로 일한다고 해도 승진을 할 수 있다. 승진하게 되면 연봉이 오르고 직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일반 사립박물관은 승진은커녕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국립이나 공립을 가야 그나마 더 높은 자리를 바라볼 수 있는데, 일반 사립에 비하면 기업박물관이 훨씬 낫다.
세 번째 장점은 안정적이다. 물론 박물관을 운영하는 회사의 재정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사립박물관보다 형편이 훨씬 낫다. 그래서 정규직으로 고용되면 웬만하면 잘릴 일이 없다. 물론 계약직으로 전전하다가 계약 만료 후 퇴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정규직의 가능성이라도 엿볼 수 있는 곳이 기업박물관이다.
네 번째 장점은 복지가 있다. 복지환경이 너무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복지가 있긴 하다는 말이다. 기업에 따라 복지환경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회사에서 복지 혜택을 근로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사도 그 대상이 된다.
기업박물관의 단점 |
기업박물관의 단점 첫 번째는 학예사가 뭔지 잘 모른다. 학예사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봤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래서 업무를 추진하는데 상당한 애를 먹어야 한다. 모르는 걸 이해시켜야 하고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잡다한 일이 많다. 학예사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 일이나 막 시킨다. 그래서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잡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바쁜 시기가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동원되기 때문에 박물관이고 전시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른 업무를 봐야 한다.
세 번째는 다른 직원과의 괴리감이 생긴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회사에서 생산적인 업무를 한다. 하지만 학예사는 전시기획 및 소장품 관리, 도슨트 등을 하기 때문에 다른 동료와 어울리기 힘들다. 너무 친해지면 부탁이 많아지고, 안 친해지면 뒷말이 나올 수 도 있다.
네 번째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학예업무를 하고 싶어 입사했지만,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다. 그래서 비생산적이고 이익을 내지 않는 박물관을 등한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예사 스스로 내가 이럴 거면 왜 여기 있을까 하는 혼란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런 생각을 버리고 일해야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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