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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대학박물관

나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대학박물관에서 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국립박물관처럼 최저시급을 기대하였지만 급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가장 가난한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비좁은 고시원에 머물렀고, 낮에는 박물관 업무를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해야 했다.

 

대학박물관은 직원을 비롯해 교수,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래서 서로 알력도 심하고 업무에 혼선도 자주 생긴다. 정체성 없이 이루어지는 사업이 많았고, 벌려놓은 사업의 성과는 다 그저 그랬다. 대학원에 입학했으니 2년 동안 수업을 받고 최대한 빨리 졸업하는 게 상책이다. 

 

괜히 시간 끌다가는 시간 까먹기 딱 좋은 시기가 바로 이때다. 나는 운 좋게 대학원 수료 후 1년 안에 논문 통과가 되어 탈출 할 수 있었다.지금 생각해봐도 고통스럽지만 그 시간을 감내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대학박물관의 장점

대학박물관의 장점은 먼저 대학원 수업을 받기 편하다. 물론 대학박물관과 같은 소속의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의 이야기다. 다른 학교에 입학하였다면 해당되지 않는다. 또 낮에 이루어지는 수업이 대부분이어서 업무에 대한 배려도 좋았다. 대학원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수업이 있는 날은 다 같이 수업을 들었다.

 

두 번째 장점은 교수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항상 대학박물관에 머물러 있으니 교수와 근거리에 위치할 수 있다. 자주 찾아오시고 또 찾아뵐 수 있었다. 대학원을 졸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교수와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 피드백도 빠르고 더 잘 봐주신다.

 

세 번째 장점은 경력 인정이 된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내가 일한 박물관이 경력인정기관이라 기존에 채우지 못했던 2년을 채우고도 넘치는 경력을 이곳에서 쌓았다. 경력증명서도 발급받았고, 보고서에도 내 이름이 들어가 학예사 자격증 취득 시 증빙자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네 번째 장점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나의 전공분야 외에도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근무하고 거쳐가는 곳이 대학박물관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한 전공이란 박물관 관련 전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학, 고고학, 미술사학, 문화재 보존 등이 있다.

대학박물관의 단점

대학박물관의 단점은 너무 많다. 그래도 줄이고 줄여서 서술해보면 첫 번째로 급여가 말도 안 되게 적다. 대학박물관에는 조교와 연구원이 있었다. 이들은 최저시급을 받고 일한다. 선택받거나 돌아가면서 하는데 대학원생 중 가장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평범한 대학원생인 우리는 한 달에 용돈 수준의 돈을 받았다. 먹고살기는 커녕 생활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물론 이것은 나의 경험이고 다른 대학박물관은 상황이 나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단점은 교수를 매일 만나야 한다. 아니? 앞에는 장점이라고 해놓고 왜 여기서는 단점이라고 말하지?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교수와 자주 만나 소통을 하게 되면 논문 통과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잦은 회식과 심부름 등을 해야 했다. 그래서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세 번째 단점은 졸업 못하면 떠날 수가 없다. 대학원을 졸업해야 비로소 대학박물관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물론 난 논문 안 쓰고 나가서 일할 거야 라고 할 수 도 있다. 그러면 교수와 등을 지게 되고 다시 돌아올 생각을 말아야 하며, 논문 통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이것도 전일제로 대학원 과정을 밟은 나의 케이스지, 다른 대학원은 일과 병행할 수 있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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