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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 후 피가 멈추지 않는다

 

부비동염 수술 후 코에서 피가 계속 흘렀다. 거즈를 코에 대고 테이프를 붙여 고정해서 다녔다. 입으로만 숨을 쉬니 너무 불편했고, 물이라도 마시면 콧속에 있던 피가 뿜어져 나오고 귀가 먹먹해진다. 최대한 물을 마시지 않으려 하면 입안이 너무 건조해진다.

 

나는 유달리 지혈이 잘 안 되었다. 수술 후 3일 동안은 피가 흘러나왔다. 3일이 지나니 출혈양이 줄어들고 피가 끈적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거즈를 교체해주는 주기도 길어졌다. 다만 거즈를 계속 코에 대고 테이프로 고정을 시키니 피부가 압박되어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거즈는 최대한 부드러운 것을 사용했다. 테이프 역시 피부에 자극을 덜 주는 제품으로 골랐다. 당연하겠지만 수술 후 절대 코를 풀면 안 되고 기침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무리한 운동을 삼가야 하고, 음주와 흡연도 자제해야 한다. 수술 전에 맥주를 실컷 마실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출혈양은 점점 줄었다. 다만 코에서 피뿐만이 아니라 검은 물질(?)이 함께 나오곤 하는데, 녹는 거즈와 상처의 딱지가 생겨서 발생하는 것이다. 샤워할 때 손으로 잡아 빼면(?) 되는데, 너무 깊숙이 있는 것들은 불편해도 손을 안 대는 게 좋다. 

 

▶ 말하기가 불편하다

 

코를 거즈로 막고 있으니 말할 때 코맹맹이 소리가 난다. 말할 때 전달력이 떨어지고, 입으로 숨 쉬며 말하니 금방 피로해진다. 수술 후 미팅할 일이 많았는데 억지로 목에 힘을 주어가며 겨우 겨우 업무를 진행했다. 말하기가 힘드니 이 기간에는 사람 만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또 비주얼이 압권이다. 코에 거즈를 대고 테이프를 붙이니 꼴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까지 써야 해서 몰골이 정말 우스꽝스럽다. 거즈를 뚫고 피가 새면 마스크에 그대로 묻어난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피가 새면 진짜 죽을병 걸린 사람처럼 보여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을 수 있다. 

 

또 콧속에 피가 입안으로 떨어진다. 그럼 끈적한 피맛이 느껴지고 목으로 넘기면 이물감이 장난이 아니다. 코를 풀고 싶은 욕구가 크지만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다. 대신 샤워할 때 아주 아주 약간의 힘만 주어서 콧속의 이물질을 버리곤 했다. 

 

비주얼이 엉망이 되고 말하기도 어려우니 사람을 최대한 안 만났다. 통증은 약간 있었지만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잠잘 때도 피가 흘러 중간에 일어나 확인하는 게 힘들었다. 대략 1주일 정도 지나면 피보다는 이물질이 더 많이 나온다. 

 

▶ 갑작스러운 출혈

 

부비동 수술 후 의사 선생님은 코 세척을 권유해 주셨다. 플라스틱 용기에 분말가루약을 넣고 물과 함께 섞는다. 그리고 양쪽 코를 번갈아 가며 아~ 하는 소리를 내고 코 세척을 한다. 왼쪽 코에 물을 발사하면 오른쪽 코로 나오고, 오른쪽 코에 발사하면 왼쪽 코로 나오며 세척을 한다. 너무 세게 발사하면 귀에 물이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난 이 코 세척이 화근이 되었다. 수술 후 1주일간은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코 세척을 하지 않았다. 1주일 후 출혈이 잠잠해져 코세척을 시작했는데 바로 그날 밤 자는 와중에 피가 왈칵왈칵 쏟아졌다. 상처 딱지와 이물질이 섞인 검은 피가 아니라 선홍색 붉은 피였다.

 

 

새벽 4시에 출혈을 느끼고 잠에서 깨 거즈를 교체했지만 피는 멈출 줄 몰랐다. 수술을 받은 서울대 보라매 병원을 가는 날이었지만, 병원까지 가는 길이 멀었다. 선홍빛 피가 계속 나 9시가 되자마자 근처의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간호사는 놀란 눈치였고, 내 얼굴은 피로 물들어 갔다.

 

기다리는 환자가 제법 있었지만 내 상황이 심각해 보였는지 먼저 진료를 봐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콧속의 이물질을 빨아들이고 깊숙이 거즈를 집어 넣으셨다. 출혈이 나는 부분을 지지자고 하셨지만, 난 오늘 병원을 간다고 말씀드리니 최대한 출혈을 막는 방향으로 진료를 봐주셨다. 

 

다만 거즈를 너무 깊숙히 넣으셔서 코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계속 찌르는 느낌이 났다. 쉽게 말하면 토를 할 때 입에 손가락을 넣고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토를 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침 삼키는 걸 참았다. 

 

▶ 병원 도착 후

 

서울대 보라매병원 도착 후 담당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봐주셨다. 내 상황을 보시곤 콧속에 거즈를 제거한 후 출혈 부위를 찾으셨다. 콧속의 피를 제거하고 내시경으로 출혈 부위를 진단하신다. 그리고 상처 부위를 지졌다. 지지기 전에 마취 솜을 넣어 마취를 하긴 했지만 아팠다.

 

지진 후 10분 정도 있다가 다시 출혈이 시작됐다. 그럼 다시 지지고 기다리고를 반복했다. 이렇게 4~5번 정도 반복해도 출혈이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의사 선생님은 모든 상처 부위를 지졌고 내 몸은 녹초가 됐다. 14시에 병원에 도착해 무려 3시간 동안 진료를 봤다. 

 

17시가 가까워서야 출혈이 멈췄고 나는 병원 밖을 나설 수 있었다. 콧속의 상처를 지지고 수차례 의료 도구가 헤집고 다니니 통증과 이물감 때문에 불편했다. 그래도 출혈이 잡히고 거즈를 떼어내니 살만해졌다. 약간이긴 하지만 코로 숨도 쉴 수 있었다. 

 

사실 내 경우는 특별 케이스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피가 묽어 약간의 상처에도 큰 출혈이 난 것이라 설명해 주셨다. 또 코 세척기를 너무 세게 발사해 상처의 어느 부위를 건드려서 이 사달이 났다. 결론적으로 수술 후 최대한 코를 안 건드리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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