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물치료도 한계가 있다
나는 만성 비염 환자다. 환절기에 특히 심하고 매일매일 컨디션에 따라 코가 막히고 재채기를 한다. 어떤 날에는 술을 잔뜩 마셔 극도로 피곤한데도 콧물 한 방울 안 흐르는 경우도 있다. 쉽게 말해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염을 매일 마주했다.
그러다 찾은게 약물치료다. 비염은 원래 치료가 안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는데, 주변의 권유로 이비인후과를 다녔다. 예전에도 약을 이것저것 먹어봤지만 효과를 못 봤던 터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명의(?)를 만나게 됐고, 그가 쓴 약 처방이 기가 막히게 내 코에 맞아 들었다.
흐르던 콧물이 멈추고 코막힘도 사라졌다. 매일 약을 먹고 스프레이를 뿌리는게 귀찮긴 했지만, 그간 겪어온 고통이 비하면 감내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명의(?)가 운영하던 병원이 폐업을 하게 되고 난 다른 병원을 찾아 나섰다. 새로운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도 나름 잘 맞았다.
그런데 새로운 의사 선생님 내시경으로 내 코를 보시더니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씀하셨다. 모르고 있었냐며, 코 안에 물혹이 잔뜩 있다고 하셨다. 물혹이 켜켜이 쌓여 숨쉬기 어렵고, 스프레이를 뿌려도 잘 안 듣게 된단다. 그러면서 수술을 권유해 주셨다.
▶ 수술까지 할 일인가?
약타러 갔다가 봉변(?)을 당한 기분이었다. 수술이라니... 생각조차 안 했던 일이다. 비염이 심한 건 알고 있었지만 수술까지 해야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물혹이 자랐고 코 뼈도 휘어(비중격 만곡증) 상태가 심각했다. 수술비용이 대략 얼마냐고 여쭈니 못해도 1~2백만 원은 한다고 하셨다.
일단은 버틸 수 있을만큼 버티고 싶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수술을 하게 되면 그 후유증이 가장 걱정됐다. 찾아보니 수술을 한다 해도 재발할 가능성도 높단다. 또 일반 이비인후과에서는 하기 어렵고 큰 병원에 가야 수술이 가능했다. 덧붙여 입원해 전신만취까지 하는 고난의 행군이다.
고민을 거듭하며 시간만 까먹었다. 지금처럼 약을 먹으며 버티고 싶었다.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데 왜 수술을해? 라며 스스로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였다. 그걸 지켜보던 와이프는 어찌 돼었든 수술을 한번 해보자고 권유했다. 수술을 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지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일리는 있었지만 어쨌든 수술을 하는건 나다. 안 한다고 버티고 버티다 와이프 압박에 못 이겨 큰 병원을 찾았다. 부비동염 수술 후기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대부분 홍보성 글이 많았고, 겨우 찾은 글들을 보니 대학병원 급은 가야 안전한다고 했다.
▶ 서울대 보라매 병원 방문 후기
내가 사는 지방에도 대학병원이 있었지만, 부비동염 수술 후기 글이 많았던 서울대 보라매 병원을 찾았다. 대학 병원이라 예약을 잡는 거부터 쉽지 않았다. 이비인후과에서 교수님을 추천받고 예약을 잡았다. 처음 보는 진료에서 내시경으로 내 코를 보시더니 수술을 할 거냐고 물으셨다.
중간에서 심각한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나이가 젊으니 수술을 하는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즉, 그 말은 수술을 안 해도 된다는 말로 들렸다. 그렇게 3개월을 또 까먹다가 와이프의 압박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수술을 하게 되면 좀 더 약한 약과 스프레이로 훨씬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나는 부비동염 수술과 비중격 만곡증(코가 휘어진)을 바로 잡기로 했다. 쉽게 말해 내시경 수술로 물혹을 제거하고, 휘어진 코를 곧게 다잡는 수술이다. 전신 마취가 필요하고 2박 3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 코 수술하는데 전신 마취와 입원이 필요한 게 약간 의아했다.
정보를 찾아보니 반나절만에 수술과 입퇴원이 가능한 병원도 있었다. 최대한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게 좋은지, 아니면 안전하게 대학병원에서 하는 게 나은지 고민이 되었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교수님은 내가 사는 지역의 대학병원에서 수술할 것을 권유해 주셨다.
자신의 제자가 그 대학병원 교수로 있다며 진료 의뢰서를 써주셨다. 어차피 수술 후에도 여러번 병원에 방문해야 하니 거리가 가까운 게 좋다. 실력 있는 의사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추천해 주셔서 더욱 믿음이 갔다.
▶ 사립대학 병원과 국립대학 병원의 차이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내가 사는 지역에 위치한 사립대학 병원을 찾았다. 이미 진료 의뢰서에 진단 내용이 들어있고, CT사진도 CD에 담아 갔다. 사립대학 병원 교수님은 내 코를 살피시더니 수술을 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수술실장님(?)과 스케줄을 잡았다.
몇 주후에 바로 가능하고 2박 3일정도 입원이 필요했다. 수술을 하기 전 받아야 할 검사가 많았고, 입원 전 PCR 검사가 필수였다. 요즘은 PCR 검사를 그냥 받기 어렵지만 입원 예정 증명서가 있으면 관내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 코로나 상황 때문에 웬만하면 보호자 동석은 안 하는 게 좋다.
날짜를 잡고 설명을 들은 후 대망의 수술비용을 물었다. 수술실장님은 대략 3~4백만원이 들 거라고 하셨다. 여기서 내 눈이 휘둥그레졌고 와이프를 바라보니, 그녀 역시 놀란 눈치였다. 2백만 원 정도는 예상했는데 3~4백만 원은 선을 한참 넘었다.
우리 눈치를 본 수술실장님은 충분히 논의 후 결정하라고 하셨다. 상담실을 나선 나는 서울대보라매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대략적인 부비동염 수술의 비용이 얼마냐고 물은 후 주저 없이 사립대학 병원 문을 박차고 나갔다.
2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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