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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의 은퇴

여자배구 최고의 리베로 김해란, 그녀가 코트를 떠난다. 20년 가까이 지켜온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 한 가정의 어머니가 되기로 했다. 이미 마흔에 가까운 나이인지라 더 이상 출산을 미룰 수 도 없다. 아마 도쿄올림픽의 연기가 가장 아쉬웠을 것이다. 선수로서 정점을 찍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김해란도 예상보다 일찍 코트를 떠나게 되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10년 넘게 뛰면서 최고라 칭송받았던 그녀다. 이후 KGC인삼공사 그리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해 우승의 기쁨도 맛보았다. 임명옥, 오지영, 김연견 등의 후배 리베로가 급성장했지만 코트에서의 무게감은 김해란에 비할 수 없다.

 

이재영은 말했다. 김해란과 함께 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이재영의 마음속에 김해란은 든든한 언니자 코트의 수호신이다. 신인 박현주도 가장 본받고 싶은 선수로 김해란을 꼽았다. KGC인삼공사에서 이적한 김해란을 두고 서남원 감독은 전력의 반을 잃었다고 소회 하기도 했다.

 

 

묵묵히 코트를 지키는 수호신

김해란은 작다. 168cm키로 배구 선수치 곤 작은 키다. 원래는 공격수였다고 한다. 부상 이후 리베로로 전향해 본인의 포지션을 찾았다. 경기장에서 보는 김해란은 항상 코트 바닥(?)과 맞닿아 있다. 엎어지고, 넘어지고, 구르고 몸이 성 할 날이 없다. 그렇게 다 걷어 올린다.

 

리베로는 참 힘든 포지션이다. 공격을 할 수 도 서브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득점을 낼 수 없다. 운이 좋아 상대 코트에 공을 내리 꽂아도, 상대팀의 범실로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화려한 공격을 내뿜는 윙스파이커나, 화끈한 블로킹을 선보이는 센터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리시브와 디그를 수없이 성공시켜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반면 실수라도 하게되면 큰 질타를 받는 게 리베로다. 실제로 경기가 끝나고 팡팡플레이어(MVP)가 되는 건 득점을 낸 선수들이 차지한다. 리베로는 넘어지고 부딪힌 상처를 가다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뿐이다.

 

코트 안에서 김해란은 말 수가 적다. 언제나 입을 악 다물고 허리를 반쯤 숙인채 상대의 공격을 받아낼 준비를 한다. 강력한 스파이크는 온몸을 날려 걷어올리고, 상대 블로커에 맞고 코트 안쪽으로 떨어지는 공을 귀신같이 받아 올린다. 작지만 빠르고, 기민한 움직임으로 코트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그러던 그녀가 이제 코트를 떠난다.

 

김해란의 빈자리

1984년생 37살의 김해란. 이정도면 할 만큼 했다. 우승도 해봤고, 올림픽도 경험했다. 리베로로써 최고의 위치에서 군림하다 이제는 그 무게를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래도 좋을 나이다. 아니 그러기 딱 좋은 나이다. 김해란은 할 만큼 했다. 그녀의 경기를 더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이제는 그녀를 놔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만큼 김해란은 헌신했다.

 

다만 김해란의 빈자리, 그 큰 공백을 누가 채우냐가 문제다. 물론 국내리그에는 출중한 리베로가 많다. 오지영, 임명옥, 김연견 등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젊은 선수들도 성장하고 있다. 김해란은 후배 리베로들의 길잡이와 같은 선수다. 나이를 먹고 기량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리시브 효율이 떨어졌고, 체력적으로도 힘에 붙인 김해란이다.

 

 

하지만 코트에서의 무게감, 동료 선수들의 무한한 신뢰감, 묵직한 한마디로 팀을 안정시키는 능력은 최고중의 최고다. 김해란이 떠난 빈자리는 어떻게든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기록과 그녀가 보여준 플레이는 여기서 멈추게 된다. 아쉽지만 김해란을 놓아주고, 그녀의 앞길을 축복해주어야 한다. 

 

김해란은 이전부터 지도자 생활을 꿈꿨다. 언젠가 다시 코트로 돌아올 그녀다. 하지만 가정이 먼저다. 김해란이 은퇴를 선택한 결정적 계기는 출산이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온전히 출산에만 힘을 쏟아야 한다. 배구 때문에 미뤄온 출산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최고의 리베로가 이제 정상에서 내려와 평범한 가정의 어머니가 되려 한다. 김해란의 앞길에 행복만 있길 바란다. 그녀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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