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손흥민, 피겨에 김연아가 있다면 배구에는 김연경이 있다. 여자배구 선수로 세계 탑 클라스로 꼽히는 김연경은 10년 만에 돌아온 국내 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김연경의 국내 복귀로 팀 밸런스가 파괴되어 경기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김연경은 국내 복귀 후 코보컵은 물론 정규리그까지 씹어먹고 있다. 코보컵에서는 1세트도 내주지 않고 전승으로 결승에 올라갔다. GS칼텍스의 일격을 맞고 비록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몸이 채 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보여준 김연경의 위력은 정규리그를 준비하는 다른 팀들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했다.
정규리그가 시작되고 김연경의 흥국생명은 무려 14연승을 달리며 절대적인 파워를 자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연경이 있다. 김연경은 리그가 중후반으로 넘어선 지금 득점, 공격성공률, 서브, 블로킹 등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1988년생으로 어느덧 서른 중반대로 접어든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록이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서 선수생명이 짧은 레프트를 맡고 있는 김연경이라 더 놀라운 기록이다. 레프트는 공격과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는 포지션으로 체력 소모가 심하고 가장 바쁘게 뛰어다닌다. 그런 포지션에서 김연경은 국내 탑 수준의 선수들은 물론 외국인 용병들과 경쟁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연경은 득점, 공격성공률, 서브에서 확실한 한방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V리그 여자배구에서 공격부문은 대부분 외국인 용병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몰빵 배구 때문인데, 외국인 용병은 닥치고 공격이라는 전술 덕에 이들을 뚫고 공격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란 정말 힘들다.
그런데 김연경은 이들을 아주 가볍게 제치고 공격부문 탑을 찍고 있다. 그것도 리시브와 서브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말이다. 현재 흥국생명에는 이재영이라는 걸출한 레프트가 있다. 김연경이 해외에서 활약하던 지난 시즌까지 국내 리그 탑 레프트로 꼽히는 선수였다.
물론 이재영은 이번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지난 시즌의 기록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이재영이 부진한 게 아닌 에이스 자리를 김연경이 대신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을 덜고 있는 것이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으로 복귀하면서 팀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은 물론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잘 맞춰주고 있다.
또 팀이 흔들릴 때 여지없이 날아올라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지난시즌처럼 이재영이 한 경기당 30~40 득점을 올리며 팀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분위기가 아닌, 김연경이 앞에서 팀을 끌고 가는 형태로 바뀌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연경이다.
김연경은 192cm의 장신이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우리나라 선수 중 가장 키가 크다. 보통 키 큰 선수들은 센터 포지션을 맡지만, 김연경은 레프트, 즉 윙스파이커다. 키가 크면 몸이 둔하기 마련인데 김연경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높게 점프하고, 누구보다 강하게 공을 때려낸다.
또 김연경의 전매 특허인 노룩 스파이크는 상대 블로커는 물론 수비진까지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다. 쉽게 설명하면 공을 때리는 곳을 보지 않고 고개를 반대로 돌린채 스파이크를 구사한다. 따라서 블로커와 수비진은 김연경이 어디로 공을 때릴지 가늠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김연경의 스파이크는 깊은 각으로 예리하게 코트에 꽂힌다. 보통 2~3명의 블로커가 뛰어 오르면, 공격수는 공을 때릴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촘촘한 블로커 벽으로 대부분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경은 이들을 절묘하게 피해 공을 때리고 또 날카롭다.
김연경에게 공격만 있는건 아니다. 서브 역시 김연경의 장기다. 큰 키에서 나오는 파워 넘치는 서브는 리시브하기 까다롭다. 그래서 김연경은 현재 서브 2위에 올라있는데, 서브는 단순히 1 득점을 올리는 공격 포인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거나, 상대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터지는 서브 득점은 경기의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마지막으로 김연경은 수비에도 능하다. 레프트는 리베로와 함께 리시브를 버텨줘야 한다. 강하게 들어오는 상대의 서브를 걷어 올려 공격 찬스를 만드는게 배구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은 리시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리시브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게 김연경이다.
물론 김연경의 국내리그 복귀가 순탄하지만은 않다. 네트를 잡아당기는 과한 리액션으로 경기 매너 논란이 있었다. 원래부터 식빵 언니로 불릴 만큼 경기에서 감정표현이 큰 김연경이었지만, 네트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노출되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또 구체적인 정황은 알 수 없지만 이다영의 SNS 글로 시작한 흥국생명 팀 불화설도 있었다. 이에대해 김연경은 둘러대지 않고 팀의 불화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어느 팀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김연경은 오랜만에 돌아온 국내 무대에서 결코 쉽지 않은 시즌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김연경은 흔들리지 않았다. 과한 리액션으로 도마에 오르자, 곧바로 사과했고, 불화설에 휘말리자 사실이라며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흔들릴만도 한데 김연경의 경기력은 항상 최고로 유지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정신적인 멘탈이 강하다는 반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터키, 중국 리그를 거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꾸준히 실력을 증명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돌아온 한국에서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며 그들의 롤모델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자배구 판에 신(神)이 있다면 당연히 김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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