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민은 2018-19 시즌 1라운드 3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하며 주목 받았다. 예쁜 외모와 쯔위를 닮은 외모로 족발쯔위 장충 쯔위로 불리며 남자 팬들을 배구장으로 끌어 모았다. 데뷔 초 큰 활약은 없었지만 간간히 원포인트 서버로 출전하거나 이소영, 강소휘의 부상 공백을 메우면서 백업 레프트로 자리 잡는 듯했다.
지난 2019 코보컵에서는 주전 레프트로 나서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내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배구를 잘 모르던 사람들도 박혜민의 외모에 빠져들었는지 실시간 검색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예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해 단번해 스타 선수로 거듭나는 듯했다.
하지만 올 시즌 코보컵부터 정규리그까지 박혜민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2020 코보컵에서는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국가대표 차출이 없어 이소영, 강소휘가 주전으로 나선 탓이 컸다. 하지만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건 박혜민에게는 너무 뼈아픈 경험이었다.
차상현 감독도 코보컵에서 박혜민과 김채원만이 경기를 못 뛴 것을 두고 미안함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21 정규리그가 시작되고도 박혜민은 코트에서 만나기 힘들다. 선명여고 시절 고교리그 탑 윙스파이커로 꼽혔으며, 청소년 국가대표로 뛰었고, 프로 무대에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한 박혜민은 지금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8-19 시즌 GS칼텍스에 입단한 박혜민은 꾸준히 출전 수를 늘려갔다. 2019 코보컵에서는 본인 최다 득점인 24 득점을 올린 바 있고, 리시브도 안정적이었다. 2019-20 정규리그에서는 부상으로 빠진 이소영의 공백에 가장 먼저 차출되어 경기를 뛰었다.
그렇게 해를 거듭하면서 GS칼텍스에서 자리를 잡는가 했지만, 올 시즌에는 전혀 모습을 찾기 힘들다. 단 3경기에 출전했는데 모두 교체였고, 그나마 득점은 0이다. 공격 시도도 없었고, 범실만 2개를 기록했을 뿐이다. 게다가 원포인트 서버로도 거의 출전하지 않는 박혜민이다.
김해빈과 김지원이 꾸준하게 원포인트 서버로 경기에 나서는 반면 박혜민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 물론 원포인트 서버라고 해서 모든 선수가 한 번씩 기회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경기 상황에 맞는 선수가 투입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강하고 날카로운 서브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박혜민은 경기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기에 아무리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 박혜민이지만 경기력이 부족하면 기회를 못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부여받았던 기회에 비해 올 시즌은 가혹하리만큼 경기에 뛰지 못하고, 닭장에서 응원만 보내고 있다.
그 이유를 살피려면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을 봐야 한다. 이소영과 강소휘는 닥 주전이라 말할 것도 없다. 백업 레프트로 뛰고 있는 권민지는 박혜민보다 1년 후배다. 하지만 올 시즌 권민지는 12경기에 출전해 무려 51 득점을 올리고 있다. 49%가 넘는 공격 성공률을 보이며 조커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다.
물론 권민지는 레프트보다 센터 포지션으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GS칼텍스가 워낙 중앙 공격이 약한 팀이라 패기 넘치는 권민지가 코트에 들어가 득점을 올리곤 한다. 권민지는 178cm로 181cm인 박혜민보다 신장은 작지만 파워만큼은 강소휘에 버금가는 선수다.
게다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클러치 상황에서 과감한 공격을 구사하며 차상현 감독을 웃음 짓게 만드는 선수다. 중요한 순간에 블로킹을 잡아내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어느새 매 경기 존재감을 드러내며 백업 선수 중 선두권에 위치해 있다.
박혜민의 경기 출전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선수는 바로 유서연이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이적한 유서연은 복덩이로 불리며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174cm의 작은 키지만 빠르고 재치 넘치는 플레이로 벌써 70 득점이나 올리고 있다. 주전 윙스파이커 이소영과 강소휘가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 차상현 감독은 어김없이 유서연을 투입한다.
신장은 작지만 블로킹을 이용한 터치아웃을 잘 유도하고, 리시브 효율도 좋은 편이다. 한국도로공사보다 훨씬 빠른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는 GS칼텍스에 최적화된 선수다. 이적 당시 차상현 감독의 선택을 비난하는(나를 포함해서) 목소리가 컸지만, 이번 시즌 유서연은 왜 자신이 뽑혔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GS칼텍스 이적 후 한 단계 더 성장한 유서연은 백업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득점과 리시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뿐 아니라, 위기의 상황에서 투입되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재주가 있는 선수다. 그러니 차상현 감독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는게 당연하다.
박혜민이 코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많은 팬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예쁜 외모와 출중한 실력으로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오르나 했지만, 동갑내기 정지윤(현대건설), 이주아(흥국생명), 박은진(KGC인삼공사) 등이 팀 내에서 자리를 잡아가는데 반해 박혜민은 오히려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박혜민은 파워가 부족하다 말한다. 배구선수치곤 가녀린 몸매를 지닌 박혜민은 리시브, 블로킹은 준수하지만 공격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못 보여주고 있다. GS칼텍스 유튜브를 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빡시게 해 파워를 기르겠다고 하지만 쉽게 근육이 붙는 체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럼 박혜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이대로 계속 경기 출전을 못하면 프로선수로 뛰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1년 후배 권민지는 이미 팀에서 자리를 잡았고, 이적생 유서연은 주전급 윙스파이커로 차상현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동갑내기 문지윤 역시 경기출전 수는 적지만 공격만큼은 박혜민보다 한 수 위다.
그렇다면 리시브로 승부를 봐야 한다. 단기간 내 파워를 길러 공격으로 보여주기 어렵다면, 수비 능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프로무대를 봐도 문정원처럼 리시브에 특화된 선수들이 있다. 물론 문정원은 리시브는 물론 서브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선수다.
박혜민은 181cm라는 좋은 신장을 갖추고 있으니 리시브와 블로킹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물론 리시브는 잘하고 싶다고 단번에 잘해지는 게 아니다. 프로무대에 많은 레프트가 있지만 그중에서 준수한 리시브 효율을 보이는 건 김연경, 이재영, 이소영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 뿐이다.
박혜민이 프로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리시브 효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리시브와 블로킹 능력을 갖춰 수비 전문 레프트로 뛸 수 있다면 팀의 밸런스에 잘 들어맞는다. 사실 이소영이라는 걸출한 레프트가 있어 공격과 수비에서 중심을 잡는 GS칼텍스지만, 그런 이소영도 컨디션 난조를 보이거나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박혜민에게 기회가 갈 수 있다. 권민지, 유서연이 중용받는 것도 이소영과 강소휘가 부진할 때 이를 충분히 메꿔주기 때문이다. 물론 리시브 능력 하나만으로 권민지, 유서연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공격 능력 역시 부단히 노력해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예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리시브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아직 정규리그가 절반밖에 안 지난 시점에 박혜민에 대한 암울한 평가를 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그럼에도 박혜민이 살아남으려면 위기의 순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 승부는 리시브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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