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는 연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전쟁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군인들 간의 총격전으로 촉발된 이번 전쟁은 금세 전면전으로 번졌고, 양국은 총력전을 예고하며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지만 두 나라는 한일관계 이상으로 사이가 좋지 못하다.
몇 년 전 아르메니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아르메니아를 거쳐 조지아를 다녀왔는데, 아제르바이잔은 가지 않았다. 아르메니아를 여행한 기록이 여권에 남으면 아제르바이잔 입국이 쉽지 않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실 아르메니아, 조지아, 아제르바이잔은 코카서스 3국으로 불리며 러시아, 터키, 이란에 인접해 있다. 코카서스 3국은 모두 작은 나라로 특히 아르메니아는 인구가 30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아르메니아 수도인 예레반은 계획도시다. 예레반 광장을 중심으로 도심이 구성되었고, 어딜가나 항상 이 광장을 지나쳐야 한다. 아르메니아는 도시 곳곳에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해외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물 마시는 게 쉽지 않은 것인데, 아르메니아는 물을 공짜로 마실 수 있다.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공인한 나라로 이와 관련된 유적지와 성당들이 많다.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유럽쪽에 가깝고 대부분 기독교를 신봉하고 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와 가까운 투르크계 인종으로 이슬람 국가다. 그래서 두 나라는 서로 사이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아르메니아 물가는 정말 싸다. 맥주 1캔에 천원 정도고, 게스트 하우스 1박은 만원을 넘지 않는다. 하루 5만 원이면 숙박과 식사 그리고 관광을 즐기는데 부족하지 않다. 다만 교통 인프라는 좋지 못하다. 지하철이 있지만 운행하는 곳에 한정적이고, 마슈루카라고 부르는 봉고차가 버스 역할을 한다.
아르메니아 여자는 정말 예쁘다. 백인 계통으로 한얀 피부와 금발의 미녀가 즐비한 곳이다. 장모님의 나라 러시아 누님들 뺨을 살짝 후려칠 정도고, 유럽 쪽보다 키가 작은 편이다. 한 번은 버스를 탄 적이 있는데 긴 코트를 입은 금발 미녀 누님이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 버스 앞쪽에 서 있는데 어찌나 아름다우신지 빛이 날 정도였다.
예레반에는 한국어학과가 개설 된 대학교가 있다.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나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 대학교를 구경한 적이 있다. 한국인이 드문 아르메니아라 간간히 여행 온 여행자들을 가이드하면서 한국어 연습을 한다고 했다.
우리에게 낯선 나라다보니 아르메니아 여자와 국제결혼 한 커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아르메니아도 KPOP 인기가 높고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 어딜 가나 친절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만났던 친구들이 이곳저곳을 가이드해 주었는데, 한국을 너무 오고 싶지만 비자받기가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아르메니아 음식은 러시아와 비슷하다. 만두 비슷한 음식도 있고, 사진처럼 수프에 페이퍼를 뜯어 말아먹는 음식도 있다. 하차푸리라는 계란이 들어간 음식도 유명하다. 또 아르메니아는 꼬냑이 유명하다. 그래서 아르메니아를 간다면 꼭 꼬냑을 즐기길 추천한다. 고급 꼬냑이 정말 싸다.
아르메니아 치안은 안전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베트남보다 안전하다고 느꼈다. 도시 곳곳에 경찰을 비롯한 보안요원이 쫙 깔려있다. 또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공격적이지 않으며 여행객들에게 매우 친절하다. 수도 예레반을 비롯해 어느 지역을 가도 위험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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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는 동양인이 드물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중국인조차 만나기 어려운 곳이 아르메니아다. 관광으로 유명한 나라가 아니고,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를 지나다니면 내가 신기한지 쳐다보거나 와서 말을 걸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반면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많았는데, 대부분 UAE에서 일하다 비자 런을 하러 넘어온 친구들이었다. 예레반 거리에는 동남아시아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반면,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나를 보고 항상 중국인이냐고 물어왔다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반색하며 웃음을 지어주던 아르메니아 사람들이다.
내가 여행할 당시에는 비자를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무비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르메니아는 활기차고 복작복작하기보다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느낌의 나라다. 그래서 조용히 힐링하며 이색적인 여행을 하고 싶다면, 아르메니아에서 천천히 쉬며 여행하는 것도 좋다.
그동안 참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나는 그중에서도 아르메니아를 가장 최고로 꼽는다. 분위기, 사람들, 물가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등 나와 꼭 맞는 나라다. 당시 며칠밖에 머물지 못해 정말 아쉬웠지만 다음에 간다면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은 나라다. 나는 아직도 친절하게 웃음 짓던 아르메니아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아르메니아를 비롯한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더 이상 다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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