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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가 아닌GIRL

여자배구를 보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을 3번 겪게 된다. IBK기업은행의 김희진이야 워낙 유명해서 말할 것도 없다. 별명이 희진이 형이 정도로 짧은 머리와 잘생긴 외모(?) 덕에 인기가 높다. 그래서 남자보다 여자 팬들이 더 많은 김희진 선수다. 머리를 길렀던 적도 있지만 짧은 머리를 선호하는 김희진이다.

 

그 뒤를 잇는게 바로 문지윤과 이현이다.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GS칼텍스 한 팀에서 뛰고 있다. 남자처럼 짧게 자른 머리와 수더분한 얼굴로 경기를 보다 보면, GS칼텍스가 왜 남자 선수를 두 명이나 출전시키나 하고 의아함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반칙이 아니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로 남자와 같은 외모를 지닌 두 선수다.

 

하지만 문지윤은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소녀다. 물론 잘생긴 외모처럼 힘은 장난이 아니다. 강력한 한방으로 코트 안에 내리꽂는 공은 문지윤의 장기다. 얼핏 아니 두번, 세 번 봐도 남자처럼 생긴 외모를 갖추고 있지만 그녀는 분명 여자배구 선수다. 짧은 머리와 인상깊은 웃음을 짓는 소녀중의 소녀다.

 

신장 181cm에 68kg의 준수한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고, 라이트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지명되었고, 현재 GS칼텍스로 이적해 뛰고 있다. 아무튼 김희진의 계보를 잇는 정통 후계자로 국내 토종 선수로는 드문 라이트 선수다. 

이적 후 빛을 보다

사실 IBK기업은행 입단 후 문지윤은 큰 활약을 보이지 못 했다. 라이트라는 포지션 자체가 외국인 용병이 주로 맡고 있는 국내 리그의 현실 탓에 문지윤은 간간히 원포인트 서브를 넣으러 코트를 밟았을 뿐이다. 당시 팀 내 희진이 형 김희진조차 라이트 포지션이 아닌 센터로 뛰고 있던걸 감안하면 문지윤의 입지는 더욱 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문지윤에게 기회가 왔다. 바로 GS칼텍스 김현정·박민지 ↔ IBK기업은행 김해빈·문지윤이 전격 트레이드된 것이다. 센터 자원이 필요했던 IBK기업은행과 리베로 자원 충원을 원했던 GS칼텍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물론 문지윤은 왠지 덤으로 이적한 느낌이 강했지만, 어쨌든 문지윤은 팀을 옮기게 된다.

 

이적 후 차상현 감독은 문지윤에게 적극적으로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IBK기업은행에서는 맛보지 못한 달콤한 기회(?)로 문지윤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려 칼을 갈고 또 갈았다. 복수라도 하듯 친정팀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블로킹 4개를 비롯해 10 득점을 올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신인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내는 건 쉽지 않다. 그것도 별 기대를 못 받던 선수가 간간히 주어지는 출전 기회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이는 건 실력은 둘째치고 강심장이 아니면 견디기 힘들다. 그럼에도 문지윤은 이적 후 친정팀을 상대로 화끈한 한방 쇼를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문지윤에게 필요한건 리시브

문지윤은 강력한 한방을 구사하는 선수다. 라이트로서 장래가 촉망받는 자원이다. 하지만 국내 리그에서 라이트 포지션은 외국인 용병이 맡고 있다. 라이트는 공격 몰빵 포지션이다. 딴건 필요없고 닥치고 득점을 내어 팀을 승리로 이끄는 포지션이 바로 라이트다. 

 

문지윤이 장래가 촉망받는 선수라곤 해도 외국인 용병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센터로 가기에는 양 사이드에서 보여주는 강력한 공격이 너무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문지윤이 택해야 할 길은 레프트다. 레프트라면 리시브가 필수다. 

 

 

사실 국내 리그 레프트 중 리시브가 준수한 선수는 별로 없다. 김연경, 이재영, 이소영 정도가 공격과 리시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어떤 레프트는 공격은 좋은데 리시브가 약하고, 어떤 레프트는 리시브는 좋은데 공격력이 약하다. 그래서 리그에서 준수한 레프트를 보유한 팀이 강팀으로 꼽힌다. 예를들어 흥국생명의 이재영과 GS칼텍스의 이소영이 그 예다. 

 

국내리그 토종 선수 중 라이트 포지션 일인자는 김희진이다. 김희진은 국가대표 경기에서 부동의 주전으로 라이트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에서는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고 있다. 외국인 용병에게 라이트 포지션을 내주고, 센터로 뛰고 있는 것이다. 

 

문지윤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라이트 포지션으로 뛰는 건 어렵다. 그러니 레프트로 뛰어야 한다. 그래서 리시브 능력이 절실한 문지윤이다. 이미 공격력은 검증이 되었다. 앞으로 문지윤이 보여줘야 할 것은 리시브다. 하지만 팀 내 경쟁자가 장난이 아니다.

 

GS칼텍스의 부동의 주전 이소영과 강소휘는 국내 리그 탑 레프트다. 게다가 박혜민과 권민지도 장래가 촉망받는 레프트 자원으로 꼽힌다. 여기서 문지윤이 살아남으려면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미 간간히 얻은 출전 기회에서 조커로써의 활용가치는 인정받았다. 앞으로 주전으로 성장하려면 공격은 물론 리시브 능력이 반드시 요구되는 문지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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