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적부터 비염(축농증)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이비인후과를 학교만큼 자주 다녔고, 약도 먹어볼 만큼 먹어봤다. 그런데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비염치료와 약은 그때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재발하는 아주 짜증 나는 녀석이다. 그래서 난 지난 10년간 아무 치료도 하지 않았고 약도 먹지 않았다.
그 결과 시도때도 없이 기침이 나오고 콧물이 흐르고, 으스스 오환이 왔다. 잘 먹고 잘 자도 비염 때문에 컨디션이 최악인 날이 있는 반면, 어떤 날은 술을 진탕 먹어도 콧물 한 방울 안 나오는 날도 있다. 도무지 일정한 패턴도 없고, 뚜렷한 치료방법과 약도 없어 포기하고 산지 10년이 넘었다.
내가 비염 치료를 포기했던 이유 |
의사들은 말했다. "이 약을 먹으면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약을 끊으면 다시 재발합니다~". 수술해도 재발하고, 약 먹어도 재발하면 뭐 어쩌라는건지...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살았다. 하지만 회사도 다니고,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면서 이 비염이란 녀석이 나에게 주는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정한 패턴없이 랜덤으로 내 컨디션을 최악으로 만들었다. 잘 먹고 잘 자도 갑자기 몸이 으스스 떨리고, 하루 종일 콧물이 마를새 없이 줄줄 흘러내렸다. 또 기침은 얼마나 사악하게 하는지 멈추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스무 번 연속한 적도 있다. 이렇게 기침을 하고 나면 목과 코 상태가 말이 아니다.
또 휴지는 얼마나 쓰는지, 가방안에 항상 천 원에 세 묶음 하는 휴대용 티슈를 들고 다녔다. 흘러나온 콧물을 닦고, 코를 세차게 푸는 과정을 하루, 이틀, 삼일이 넘어가면 코 주변이 다 까지고 헐어버린다. 그래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아파 죽을 만큼 피부가 상해버린다.
내가 비염 치료를 재개한 이유 |
앞서 말한것처럼 나는 비염 관련 치료와 약을 병행하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치료는 그때뿐이고, 약은 먹으면 먹을수록 내성이 생겨 나중에는 더 강한 약이 필요했다. 또 약만 먹으면 왜 그리 졸린지 하루 종일 축 쳐져 살았다. 스프레이를 뿌리면 코 안쪽이 건조해지면서 증상이 약화되는 듯 하지만,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코를 찌르면 미친 듯한 기침과 콧물이 다시 시작된다.
게다가 요즘은 코로나19로 재채기를 함부로 할 수 도 없다. 괜히 코로나19 환자로 오인받아 2주간 격리되는 수가 있다. 또 때마침 상악동 거상술을 받아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이비인후과 치료가 필요했다. 상악동 거상술은 임플란트를 하기 전 뼈를 이식하는 수술로, 비염(축농증)이 있으면 수술 실패 확률이 높아 반드시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찾아간 이비인후과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권유 받았다. 당연하게도 비염(축농증)하면 알레르기, 알레르기 하면 비염이라고 생각했다. 특정 냄새, 음식, 동물 등에 의해서 발생하는 알레르기는 사람마다 이유도 다르고,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나도 받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난 비염을 유발하는 알레르기가 없다. 음식, 냄새, 약품, 동물 등 아무런 알레르기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의사 말로는 좀 더 정밀한 검사를 하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도 놀라고 의사도 놀랐다. 와이프와 가족들은 더 놀랐다. 내가 그렇게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나는데 알레르기가 없다고?!!
내 증상을 완하시켜준 레보지텍정, 코슈정, 아바미스나잘 스프레이 |
알레르기가 없는 나에게 의사는 당연히 약물 치료를 권유했다. 먹어보나 마나겠지만, 상악동 거상술을 받으려면 단 1주일이라도 증상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별 기대없이 약을 먹고,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처방받았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은 레보지텍정과 코슈정이었고, 스프레이는 아바미스나잘이다.
레보지텍정은 알레르기성 비염, 두드러기, 가려움증에 효과가 있는 약이다. 코슈정은 감기, 부비동염, 알레르기에 효과적인 약이다. 나는 이 두 약을 처방받았다. 의사가 말하길 약은 비염 증상이 나타날 때만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평소에는 수시로 스프레이를 뿌리라 했는데, 처방해준 아바미스나잘은 알레르기성 비염에 효과적인 약이다.
결과적으로 기대이상, 효과 만빵이다. 특히 약을 한봉 먹으면 2~3일간 비염 증상이 싹 사라진다. 숨을 편하게 쉴 수 있고, 더 이상 콧물을 닦아내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이는 게 돼지 같다며 꿀꿀이 남편이라 부르던 와이프도 놀랐다. 상악동 거상술을 받는데 비염이 문제 되지도 않았다.
물론 약을 먹고 2~3일이 지나면 다시 재채기와 콧물이 조금씩 시작 된다. 그러면 다시 약을 한봉 먹으면 된다. 이전에 먹었던 약과 스프레이는 길어야 하루 정도의 효과에 졸리고 피곤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레보지텍정과 코슈정은 졸리지도 않고 효과도 길다.
결과적으로 약을 처방받은 후 현재까지 수개월간 난 정상인의 삶을 살고 있다. 기침, 코막힘, 콧물이 95% 이상 사라졌다. 이렇게 편하게 코로 숨쉴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더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콧물을 닦아내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효과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1주일에 2번 약을 먹고, 수시로 스프레이만 뿌려주면 비염이 싹 사라진다.
난 의사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열거한 약품들이 얼마나 오래 효과가 있는지 모른다. 사람에 따라 달라 나한테 잘 먹히는 약임에도, 다른 사람에게는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비염 경력 수십 년 차의 선배로서 이 약품들을 만나고 신세계를 경험 중이다. 약이 비싼것도 아니고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1만 원 미만으로 구입할 수 있다. 만원이면 한 달간 편하게 살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비염족들이 바라는건 편하게 숨쉬는거 이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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