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배구규칙] 배구선수 포지션, 선수들은 어떤 역할을 할까?

 

배구 경기를 보다보면 레프트, 라이트, 센터, 세터, 리베로 등의 용어를 자주 듣는다. 모르고 봐도, 무리는 없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다. 배구는 포지션별로 주어진 역할이 있고, 최적화 된 체격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포지션을 이해하면, 배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레프트 Left side hitter

 

 

국내에서는 보통 레프트라고 하는데, 라이트와 묶어 윙스파이커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공격과 수비에서 핵심을 이루며,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포지션이다. 높은 득점력과 안정된 수비력이 요구되며, 서브와 블로킹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를 맡는 경우가 많다.

 

2명의 레프트가 전위와 후위를 돌아가며 위치를 바꾼다. 전위에서는 공격과 블로킹을 담당하고, 후위에서는 리시브와 후위공격(백어택)을 해야한다. 공격에서는 라이트를 보조하고, 블로킹에서는 센터를 보조한다. 또 수비에서는 리베로와 함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아주 바쁜 포지션이다.

 

국내리그에서는 이재영이 NO.1 레프트로 인정받는다. 높은 득점력과 안정된 리시브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이재영보다 한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소영 역시 안정된 공격력과 수비력을 갖춘 최고의 레프트다. 터키에서 뛰고 있는 김연경은 레프트 포지션에서 세계 최고 레벨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해야하는 레프트다보니, 특출난 능력을 몰아주는 몰빵배구를 하기도 한다. 가장 좋은 예가 박정아와 문정원이다. 박정아의 공격력은 국내리그에서 세 손가락안에 들 만큼 최고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리시브 능력은 현저히 떨어져, 상대팀의 목적타 서브를 받아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해주는 선수가 문정원이다. 문정원은 안정된 리시브 능력을 갖추고 있어, 박정아의 뒤를 튼튼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문정원은 레프트로써 공격 능력은 떨어지지만, 최고의 수비능력을 갖추고 있어 박정아와 좋은 짝을 이룬다. 여기에 강력한 서브까지 구사할 수 있어, 국내 최고의 수비형 레프트로 꼽히는 선수다. 쉽게 말해 박정아는 공격에 몰빵하고, 문정원은 수비에 몰빵해 서로 균형을 이룬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능력이 요구되는 레프트 포지션이지만, 이를 충족시키는 선수는 많지 않다. 강력한 공격능력과 안정된 수비능력을 갖춘 국내리그 선수는 이재영과 이소영 단 둘 뿐이다. 물론 국내팀에는 많은 레프트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강소휘, 고예림, 황민경, 최은지, 김미연, 표승주 등이 활약하고 있지만, 이 선수들은 공격과 수비 어느 한쪽이 약간씩 부족해 자주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레프트는 힘든 포지션이다. 팀의 살림꾼이자 주축선수로, 에이스 역할을 맡아야 하는 자리다. 

 

라이트 Right side hitter

라이트는 주로 오른쪽에서 공격한다. 수비 가담비중이 적고, 공격에 특화된 포지션이다. 국내리그에서는 주로 용병이 이 포지션을 맡는다. 용병은 높은 신장과 점프력, 그리고 강력한 공격으로 팀의 주 득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리그에서는 김희진과 황연주가 이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지만, 용병에 밀려 토종 라이트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선발 한 용병을 가장 잘 써먹을 수 있는 위치가 바로 라이트다. 예를 들어 디우프는 매 경기마다 팀 득점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 상대 블로커의 표적이 되지만, 압도적인 신장과 기술로 득점을 내고 있다. 국내 모든 팀에서 용병은 주로 라이트로, 간혹 레프트로 뛰는게 일반적이다.

 

용병은 라이트 포지션에서 공격 능력에 올인하여 팀의 승리를 이끈다. 또 해결사 능력이 필요한 자리가 바로 라이트 포지션이다. 클러치(경기의 승패가 갈리는 중요한 순간) 상황에서 세터가 믿을건 용병과 에이스 뿐이다. 따라서 용병은 토스가 잘 올라오건 말건 상관없이, 어떻게든 점수를 내는게 중요하다.

 

중계방송을 보다보면, 국내선수 중 득점 1위, 국내 선수 중 공격성공률 2위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아니 다같이 하는 배구인데 왜 외국인 용병을 빼고 얘기하지?라고 의아해 할 수 있다. 그만큼 용병은 공격부분에 몰빵시키는 득점제조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이 이들을 따라잡기란 참 어렵다. 국내리그에서 외국인 용병들과 득점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이재영과 박정아 정도이다. 

 

 

이렇게 라이트 포지션을 용병에게 내주다보니, 국가대표 경기에서 라이트를 맡을 선수가 많지않다. 현 국가대표팀에서는 김희진이 토종 라이트로 활약하고 있지만, 팀인 IBK기업은행에서는 센터를 맡고 있다. 그만큼 국내리그에서 토종 라이트가 성장하기 어려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황연주도 토종 라이트의 대표선수지만, 이미 노장으로 접어든 나이라 간간히 교체선수로만 뛰고 있다. 국내리그에서 용병에게 라이트 포지션을 내주다보니, 뛰어난 선수가 있어도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조차 줄 수 없는게 현실이다. 일단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용병의 득점력이 필요한데, 이 중요한 자리를 국내선수에게 맡기기 아까운것도 현실이다.

 

센터 Center

 

미들블로커라고도 부르는 센터는, 보통 코트의 중앙에 위치한다. 중앙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블로킹의 핵심을 이루는 포지션으로, 보통 키가 큰 선수들이 많다. 키가 커 블로킹 능력은 뛰어나지만, 후위에 있을 때 수비능력은 기대하기 어려워 리베로와 교체되는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190cm), 김수지(188cm) 모두 장신이다. 큰 키와 긴 팔로 통곡의 벽을 세워, 상대 공격수를 무력화 시키는 선봉에 선다. 센터의 블로킹은 한 경기에서 많은 득점을 낼 수는 없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경기 주도권을 갖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장신 센터를 갖추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팀에 큰 부담을 준다. 장신 센터를 뚫고 득점을 내기 위해선, 이들보다 높은 타점에서 때리거나, 터치아웃을 노려야 하는데, 양효진 같은 노력한 센터를 만나면 이마저도 허사가 되기 일쑤다. 물론 센터라고 모두 키가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통 180cm 이상의 선수들이 센터 포지션을 맡고 있다.

 

 

블로킹의 핵심을 이루는 센터지만, 득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중앙에서 이루어지는 속공과 시간차 공격을 구사한다. 높은 신장으로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몸이 둔해(?) 빠른 움직임과 높은 점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 역시 이 케이스에 속하지만, 득점력 만큼은 국내 탑 레프트, 라이트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양효진의 공격스타일을 보면, 신장을 이용한 높은 타점에서 때려내는 공격이 일반적이다. 양효진보다 작은 블로커는 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상대 블로킹 벽이 높으면, 시간차 공격이나 앵글샷으로 득점을 낸다. 몸은 느리지만 코트를 넓게 보고, 빈 공간을 찾아내어 정확히 찔러 넣는 능력이 뛰어난 양효진이다.

 

센터가 구사할 수 있는 능력 중 가장 화려한 기술은 바로 이동공격이다. 네트 사이드로 올려주는 토스를, 빠른 발을 이용해 때려내는 기술로 상대 블로커를 무력화 시키는 고급기술이다. 세터와의 호흡이 맞아야 하는 것은 물론, 센터 본인의 움직임이 빨라야 하고, 공을 정확히 타격해야 한다. 김나희, 이주아, 배유나 등이 이동공격에 특화되어 있으며, 엄마센터 정대영의 기술도 일품이다.

 

세터 Setter

 

 

코트의 지휘자 세터. 흔히 배구를 세터 놀음이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레프트, 라이트를 가지고 있어도 세터가 부실하면 경기운영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세터는 공격수에게 공을 배급하는 역할을 한다. 상대 블로커 위치를 파악하고, 같은 팀 공격수 중 누구에게 공을 올릴지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경기 전체를 보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각 팀마다 감독이 있지만, 코트 안에서는 세터가 감독이나 마찬가지다. 세터 스스로 경기 흐름을 읽고, 누구에게 공을 배급할지 골라야 한다. 그 선택에 따라 공격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갈리는 매우 중요한 위치다.

 

선택만 잘해서는 유능한 세터가 될 수 없다. 먼저 토스의 정확도가 높아야 한다. 공을 올려주려는 선수의 위치와 점프 높이를 감안해야 하고, 상대 블로커 위치도 확인해야 한다. 정확하게 배달(?)만 잘한다고 되는건 또 아니다. 보통 감독이나 해설자들은, 세터가 공 끝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공 끝을 세워,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토스의 스피드도 중요하고, 상대 블로커를 속이는 백토스에도 능해야 한다. 이래저래 할것도 많고, 신경써야 할것도 많은 포지션이다. 그래서 세터는 경기에 져도 욕먹고, 이겨도 욕먹는 그야말로 욕받이 포지션이다.

 

 

볼 배급자 세터는, 보통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터는 키가 작은 선수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포지션이다. 또한 세터에 따라 하나 이상의 옵션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정확한 토스는 기본이고 여기에 +옵션이 있는 것이다. 이 옵션 능력에 따라, 세터의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다영은 공격형 세터에 속한다. 세터치고 큰 180cm의 신장을 갖추고 있어, 블로킹에 능하다. 또한 기회만 있으면 때리는 공격본능이 강해, 세터 최초로 10득점을 기록했다. 안혜진은 날카로운 서브를 구사한다. 빠르고 강력하진 않지만, 까다로운 구질의 서브로 상대팀을 괴롭히는 세터다. 이고은은 수비에 능하다. 키는 작지만 재빠른 몸놀림으로,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는 공을 받아내는 디그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물론 옵션 능력이 없거나 떨어진다고 해서 세터로 뛸 수 없는건 아니다. 정확한 토스와 경기운영 능력이 기본이지, 옵션 능력은 말 그대로 옵션이다. 염혜선, 이나연, 조송화, 이효희 등도 국내리그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하는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옵션 능력을 꼽기에는 약간 아쉬운면이 있다. 

 

리베로 Libero

 

수비전문 포지션으로, 어떤 공격이던 다 받아내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서브를 넣거나 전위에 설 수 없다. 또한 스파이크를 때릴 수 없어, 리베로가 득점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들은 포지션 구분을 위해 다른 색의 유니폼을 입는다. 보통 센터가 후위에 설 때, 리베로와 교체하여 수비력을 강화시키는게 일반적인 전술이다.

 

수비에 특화 된 포지션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선수들이 많다. 키는 작지만 빠르고 민첩한 몸 놀림으로 수비능력을 극대화 시킨다. 후위에서 강한 서브를 받아내야 하고, 자기 진영 코트로 떨어지는 모든 공을 걷어 올려야 한다. 또한 세터를 대신해 2단 능력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

 

리베로는 절대로 (경기)주장을 맡을 수 없다. 자주 교체되는 포지션이다 보니 팀의 주장을 맡을 순 있어도, 실질적으로 코트 안에서 주장을 맡을 다른 선수가 필요하다. 흥국생명의 팀 주장은 김해란이지만, 경기 주장은 세터인 조송화가 맡고 있다. 득점을 낼 수 없으며,  리베로의 득점은 상대방의 범실로 기록된다.

 

팀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의 리베로. 어디로 날아올지 모르는 공을 향해, 몸을 날려햐 한다. 따라서 부상의 위험도 크다. 수비만 하다보니, 세터와 함께 선수 수명이 긴 포지션이기도 하다. 현재 김해란, 오지영, 임명옥 등 각 팀의 간판 리베로들은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최고의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2020/02/07 - [스포츠 이슈] - 여자배구 세대교체: 점점 작아지는 윙스파이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여자배구 세대교체: 점점 작아지는 윙스파이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