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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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한 남자의 험난한 내집마련 도전기

결혼한 지 벌써 5년이나 되었다. 러시아 여자를 만나 국제결혼을 했고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며 옮겨 다녔다. 전세살이도, 이사 다니는 것도 힘들어 와이프와 내 집마련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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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신축 아파트를 3억 원 이하로 구할 수 있을까? 꼭 그래야만 했다. 먼저 가진돈이 없고, 3억 원 이상의 매물은 80%까지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와이프와 나는 3억 원 이하의 매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다.

 

그것도 역세권이다. 역세권도 중심부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지만, 서면 근처에도 매물은 있었다. 일단 볼 수 있는 모든 매물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처음 간 곳은 사상역 근처였는데 보자마자 와이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28평형으로 방 3개, 화장실 2개, 창고까지 딸려있는 구조였다. 사상역에서 걸어서 2분, 터미널 코 앞, 이마트 5분 등 생활에 필요하 모든 게 5분 거리다. 사상역은 처음이었는데 서면역과는 사뭇 다른 번화가였다. 외국인도 많고, 특히 젊은 층이 눈에 띄었다.

 

러시아가 본가인 와이프라 공항을 자주 오가야 하는데 김해공항도 가깝다. 버스터미널이 있으니 서울을 오가기도 쉽다. 이래저래 딱 마음에 드는 매물이었는데 문제가 2가지나 있었다.

 

첫째 가격이 3억 원 이상이다. 3억+몇백만 원 수준이었는데, 이건 주인분께 말만 잘하면 2.999억 원 정도로 맞출 수 있다고 했다. 3억 원만 안 넘으면 되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둘째 KB부동산 시세가 없었다. 대출을 받으려면 세시기준이 있어야 한다. 보통은 KB부동산 시세가 기준이고, 한국부동산원 가격이 있으면 둘 중 높은 걸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사상역 매물은 두 개다 없다. 감정을 받으면 된다는데 비용이 들고 시간도 걸린단다. 진짜 사고 싶으면 감정을 받으면 되지만, 감정을 받는다고 해도 우리가 원하는 가격으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3억 원 언저리의 높은 매물 가격, KB부동산 시세가 없어 대출이 어려울 수 있고, 감정을 받는다고 해도 원하는 가격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다음 매물은 장림역 근처에 위치한 아파트다. 30평형인데 무려 2.5억 원 수준이다. 신축임은 물론이고 집주인이 매수 후 집을 비워두어 새집이나 다름없었다. 집 구조도 좋고 신축이고, 가격도 딱인데 문제는 근처가 공장단지다.

 

부동산중개인분의 말로는 공기가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기는 적당치 않다고. 밖에 안 나가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역까지 거리도 좀 있다.

 

사상역 매물을 보고 온 터라 모든 게 눈에 차지 않았다. 마트, 역, 병원 등이 거리가 있다. 서면역에서도 멀어 중심부로 가려면 지하철을 꽤나 타고 가야 한다.

 

일단 킵해두기로 했다.

매일매일 이런저런 매물을 1주일간 봤지만 앞선 사상역, 장림역만 눈에 찼다. 다른 매물들은 구축이거나, 가격이 안 맞거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다 범일역 근처 매물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가격은 2.5억 원 수준인데 서면역에서 겨우 2 정거장 거리다. 신축이고 마트도 가깝고 구조도 좋다. 역시 발품을 팔아야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을 수 있나 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1주일을 다 쓰고서야 겨우 하나를 찾아냈다. 초등학교가 가까워 아이를 키우기도 좋고, 서면역에 놀러 가기도 편하다. 집 주변은 조용하지만 1호선과 2호선 중간에 위치해 어느 곳을 가던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전세로 살고 있던 분이 집을 험하게 써 인테리어에 돈이 좀 많이 들 것 같다. 2.9억 원 수준을 생각했는데, 2.5억 원에 얻었으니 인테리어 비용도 어느 정도 상쇄가 된다.

 

그렇게 가계약을 하고 1주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한번 겪어보니 이게 여간 진이 빠지는 게 아니다. 발품 팔며 매물을 보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다. 좋은 매물인지 판단하기 위해 고민하고 체크하고 생각하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장난이 아니다.

 

웬만하면 와이프 말에 따라주려고 했다. 다만 와이프는 결정장애가 있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래도 결정한 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 대출받고, 인테리어 하고, 이사하고, 새 삶을 준비할 일만 남았다.

 

고생한 우리 부부에게 상을 주기 위해 해운대를 찾았다. 넘쳐나는 인파를 보니 우리가 부산에 온 게 실감이 났다. 부산은 항상 휴가를 즐기러 왔는데, 이번에는 살 집을 찾느라 놀지도 못했다.

 

와이프가 좋아하는 해산물을 듬뿍 먹이고 술도 한잔 걸쳤다. 

 

난 대출이 걱정이다. 80%를 받아야 하는데, 만약 70%가 나오면 일이 어려워진다. 산 넘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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