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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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릴린 스트릭랜드 미국 하원의원                                                                                                   

얼마 전 혼혈(한국&미국) 정치인이 미국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많은 언론들은 미국에서 한국계 출신에 대한 입김이 커진 것으로 해석하며, 우리가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당선자인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도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한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많은 스포츠 선수, 정치인, 연예인 등 한국계 혹은 혼혈로 조금이라도 한국인 피가 섞였다면 그가 달성해낸 성과가 마치 우리나라의 자랑인것 마냥 보도가 된다.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요즘 말로 국뽕이 차오르는 일들이 우리를 흥분시키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계 혹은 이민자들이 행한 범죄는 우리의 부끄러움거리가 된다. 미국 한 대학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 인종차별과 모욕에 견디다 못한 한국인 이민자(미국 영주권자)가 총기를 난사한 사건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 민족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지 묻게 된다. 메릴린 스트릭랜드는 미국인이다. 한국 혼혈이지만 분명 국적은 미국인이고, 미국 하원의원에 당선된 인물이다. 반대로 이자스민 전의원은 필리핀 출신이지만 귀화한 한국인이며 우리나라 국회의원이었다. 

 

 

하지만 두 의원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은 한국 혼혈이 미국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는 것 자체로 칭송(?)받고 있다. 반면 이자스민 의원은(물론 정책 비판은 다른 문제다) 필리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욕을 먹었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해 아이오아이로 데뷔한 전소미는 캐나다&네덜란드+한국 혼혈이다. 한현민은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다르다. 

 

백인과 흑인. 그 오랜 인종차별의 역사에서 백인과 흑인은 끊임없이 대립해 왔다. 백인은 흑인을 지배하고, 흑인은 지배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현대사회에서는 표면적으로 인종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은 몰지각한 사람으로 치부되어 비난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흑인은 여전히 차별의 대상이다. 많은 흑인들이 한국인들의 모욕적인 언사와 시선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반면 백인은 존재 자체로 우월하게 여겨져, 한국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백인 혼혈은 예능에 출연하고 흑인(혹은 동남아계) 혼혈은 다큐에 출연한다는 소리도 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이 적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백인과 흑인은 한국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전소미와 한현민은 백인계 혼혈, 흑인계 혼혈일 뿐 한국인이다. 한현민의 활약으로 흑인계 혼혈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남아있다. 

 

고려인은 조선시대 말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로 소련이 망한 후 구 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한민족이나 그 자손들을 말한다. 조선족은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서 이주한 한민족의 후손을 말한다. 이렇듯 고려인과 조선족은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족의 국적은 중국이다. 고려인 역시 거주하는 나라에 따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다양하다. 국적으로만 보자면 조선족과 고려인은 한국인이 아니다. 하지만 민족적으로 보면 한국에서 이주한 사람들로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문화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고려인과 조선족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차이가 있다. 조선족은 일단 범죄자에 가깝다.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뉴스에서 보이는 조선족은 언제나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 무참히 살인을 하고 갖가지 범죄로 우리 사회의 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고려인은 보듬어줘야 할 사람들로 비춰진다. 강제로 이주되어 겪은 아픈 역사, 한국에서 살고 싶은 고려인 후손들의 이야기 등이 소개되곤 한다. 많은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일하며 살고 있다. 조선족들은 같은 민족임을 강조하며 본인들에 대한 차별을 그만둘 것을 강조한다.

 

누가 더 낫다를 논하자는건 절대 아니다. 조선족을 옹호하고 고려인을 비난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흑인을 차별하는 만큼 백인도 차별하자는 주장도 아니다. 한국계 미국인의 성공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다만 왜 우리가 상대에 따라 차별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섞여 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외국인은 우리에게 신기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미 몇백만 명의 외국인이 실 거주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걸 외국인에게 빼앗긴다는 생각에 차별을 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시기가 지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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