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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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 이즈미 그리고 Zard

2007년 어느 초여름,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나는 한참을 울었다. 아니 울었다기보다는 그냥 눈물이 주르륵 나왔다. 자드(zard)의 사카이 이즈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 한참 동안 기분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흐느꼈다.

 

어릴 적부터 일본 음악을 좋아했던 터라 많은 가수들의 음악을 들었다. 그중에 자드도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어도 내 MP3에는 항상 자드(zard)의 노래가 담겨 있었다. 담담하면서 부드럽게 부르는 사카이 이즈미 보컬은 듣기도 편하고 잘 질리지도 않았다. 

 

자드는 원래 밴드였는데 1993년 이후 사카이 이즈미를 제외한 모두가 탈퇴하여 1인 밴드로 활동한 가수다. 예쁘장한 얼굴의 사카이 이즈미는 직장인으로 일하다 연예인으로 전향한 특이한 인물이다. 레이싱걸로 활동했었고, 모델로 주간지, 남성지 등에서 얼굴을 비추었다. 

 

우여곡절 끝에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고, 첫 앨범이 25만장이나 팔리며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負けないで(지지 말아요)가 대히트를 하며 165만 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일본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자드의 음악을 들으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사카이 이즈미의 보컬은 담백하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딱 알맞게 부른다. 가녀린 청순가련형 스타일의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목소리는 의외로 낮은 중저음이다. 고음을 내지를때 얼굴을 약간 찡그리면서 부르는데, 모델 출신이지만 라이브도 안정적인 편이다.

 

 

사카이 이즈미는 산책을 하던 중 실족하여 사망했다고 한다. 사고 후 병원 이송이 늦어 치료 하루만에 사망했는데, 당시 그녀의 나이 40세였다. 그녀가 사망한 후 많은 언론사들에서 자살설을 제기했다. 암이 폐로 전이되어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당시 그녀가 치료의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실족 사고를 당한 난간은 높이가 2m가 약간 넘는 정도고, 지인들에게 여러차례 음악을 다시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보아 자살은 아닌 듯하다. 아무튼 젊은 나이에 사카이 이즈미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신비주의를 표방해 TV 출연은 극도로 자제했던 터라 남아 있는 영상도 많지 않다.

 

요즘도 가끔 유튜브에서 자드의 영상을 보곤 하는데, 밝은 노래를 들어도 왠지 슬픈 기분이 든다. 사실 내 최애가수도 아니었고 단순히 음악을 즐겨 들었던 것뿐인데 무언가 잃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분명 제기해서 다시 노래를 불렀을 그녀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케우치 유코

다케우치 유코를 알게 된건 2004년이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고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영화 속 다케우치 유코는 남자라면 누구나 꿈꿀법한 아내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청순하고 가녀린 외모에 하늘하늘한 하얀 원피스를 입은 모습은 나를 비롯한 많은 남자들을 설레게 했다.

 

"차 한잔 할 시간있어?"라고 묻는 남자 주인공을 새침하게 바라보며 "아루(る, 있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또 이렇게 엇갈리나 했던 두 주인공을 하나로 묶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속 다케우치 유코는 사고를 당해 미래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미래의 본인은 결혼 후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다케우치 유코는 죽음이 다가옴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선택한다. 그리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기차를 타고 남자 주인공을 만나러 간다. 이 장면에서 모두를 울리는 명대사가 등장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いま、会いにゆきます)"

 

나는 이 영화를 매년 1번씩 본다. 특히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에 소주와 맥주를 잔뜩 준비한다.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 한글 자막이 필요 없을 정도다. 자막이 없어서 그러지 몰입감도 더 높다. 아는 내용이지만 나는 영화를 보며 1년에 한 번 실컷 운다. 알면서도 눈물을 자아내는 영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알게 된 다케우치 유코는 내 이상형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드라마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런치의 여왕>, <프라이드>에서 다케우치 유코는 영화와는 달리 발랄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특히 다케우치 유코의 표정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던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영화에서 인연을 맺은 남자 주인공과 말이다. 팬으로서, 남자로서 가슴이 쓰렸지만 그녀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기분좋게 보내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별을 경험한 다케우치 유코는 이후 다른 남자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사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전 네이버 실시간 순위에 그녀의 이름이 등장했다. 요즘에 일본 연예인이 실시간 순위에 오르는 건 대부분 안 좋은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연예인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낮고, 음악을 비롯한 드라마, 영화도 과거에나 인기 었지 최근에는 나조차도 거의 보지 않는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검색했고, 결과는 역시나 였다. 도쿄의 자택에서 남편이 처음 발견했고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재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들을 출산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다케우치 유코였다. 사망 전날 가족과 저녁식사를 했던 그녀이기에 극단적인 선택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밝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흠모했고 팬이었던 배우를 잃었다. 영화 속에서 가녀린 모습을 가진 그녀였지만, 본인의 의지로 사랑과 가족을 택한 강한 여자였다. 이별의 아픔을 겪은 후 그녀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안정을 취하나 했지만 속 마음은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녀가 떠난 후 다시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보던 영화였지만 올해는 왠지 보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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