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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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외국인 용병 트라이아웃에서 단연 눈에 띄던 이름이 하나 있었다. 발렌티나 디우프. 여자배구 강팀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자국 리그와 브라질 리그에서 활약한 대어 중의 대어다. 신장 202cm 체중 98kg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디우프는 그 이름만으로 국내 여자배구 감독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런 디우프가 트라이아웃 현장에 나타났을 때 모두가 눈을 의심했다. 실제로 이름만 올리고 참가하지 않는 선수들도 많기 때문이다. 당시 최하위로 시즌을 끝냈던 KGC인삼공사가 1순위를 배정받았고, 서남원 감독은 주저 없이 디우프를 지명하였다. 서남원 감독은 트라이아웃 전부터 디우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었다.

 

팀 내 해결사 노릇을 해줄 선수가 부재했던 KGC인삼공사로서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탈리아와 브라질 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였던 디우프였고, 다른 용병들보다 한 수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대망의 첫 경기에서 디우프는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여주며 모두를 실망시켰다.

 

 

무엇보다 열심히 뛰지 않는것 처럼 보였다. 소문에 의하면 훈련도 설렁설렁하고, 경기도 열심히 뛰지 않아 설렁좌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한국으로 온 게 휴양차 온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지만, 디우프의 몸은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다.  

 

국내 여자배구 경기에서 용병의 역할을 간단하다. 리시브 면제 / 공격 몰빵. 이 간단한 공식으로 경기를 풀어 30~40득점을 올려주면 좋은 용병이라 불린다. 국내 리그는 여타 해외리그보다 경기일정이 빡빡하고 훈련도 힘들다고 한다. 그러기에 디우프의 행동이 설렁설렁하게 보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라운드 초반을 지나고 몸이 풀린 디우프는 몰빵배구가 무엇인지, 아니 괴물이 뛰는 경기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KGC인삼공사의 세터 염혜선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디우프 또 디우프 그리고 또 디우프에게 공을 올려주면 알아서 해결해 주었다.

 

202cm에서 때리는 고공 스파이크와 빈공간을 보는 매의 눈까지 겸비한 디우프는 최강 그 자체였다. 게다가 한번 몸이 풀리면 신들린 듯한 스파이크로 여지없이 코트 안에 공을 꽃아 넣었다. 지난 시즌 초반 다 죽어가던 KGC인삼공사의 멱살을 잡고 봄 배구로 가는 문턱까지 끌고 갔던 게 디우프다. 

 

디우프는 1~2세트보다 3세트부터 발동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KGC인삼공사의 경기를 보면 유독 5세트까지 접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시즌 혼자서 832 득점을 기록하며 2위 러츠(678점)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던 디우프다. 득점도 득점이지만 공격 성공률은 41.31%, 세트 당 블로킹 0.52개를 잡아내며 그야말로 괴물급 활약을 펼쳤다. 

 

그래서 디우프는 KGC인삼공사에서 복덩이라 불린다. 팀 내 마땅한 해결사가 없던 차에 디우프라는 해결사 아니 종결자가 등장했으니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 무시무시한 괴력을 자랑하는 디우프지만 채식주의자라고 한다. 또 남편은 KGC인삼공사의 사진기사로 일하며 같이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시즌의 엄청난 활약덕분에 이영택 감독은 이번 시즌도 디우프와 재계약했다. 트라이아웃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디우프와 함께하고 싶다며 구애작전을 펼쳤다. 지난 시즌 몰빵 배구로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디우프는 새로운 헤어스타일인 폭탄머리를 하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 시즌도 디우프와 함께하게 된  KGC인삼공사는 한시름 놓게 되었다. 하지만 몰빵 배구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아무리 디우프가 혼자 여포처럼 활약한다 해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누군가 공격에 가담하여 공격 루트를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 

 

흔히 배구판에서 삼각편대라고 불리는 공격라인이 부재한 KGC인삼공사는 선두권으로 도약하려면,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필요하다. 디우프가 매경기 30~40 득점을 올리며 분전해도 패했던 경기가 많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팀 내 최은지, 지민경, 고의정, 고민지 등의 윙스파이커와 박은진, 한송이 등의 센터가 디우프와 득점을 나눠가져야 한다.

 

이미 지난 시즌 디우프에게 쓴맛을 보았던 타 팀들은 비시즌 기간동안 그 파해법을 연구했을게 분명하다. 그러니 디우프에게 집중되는 블로킹 라인을 분산시키려면, 디우프가 아닌 다른 쪽에서 득점이 반드시 나와줘야 한다. 지난 시즌에도 후반으로 가면서 체력적으로 힘겨워했던 디우프 라 올 시즌 KGC인삼공사가 봄 배구를 노린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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