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Penguin

반응형
시간

당신이 대학교 진학 전 큐레이터(학예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당신은 큐레이터 관련 학과를 선택하는 게 가장 무난한 길이다. 물론 학부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지 않고, 대학원부터 공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시키려면 관련학과로 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큐레이터 관련학과는 다양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학, 문화재보존학, 미술·예술·디자인 계통을 꼽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사는 주로 고고학, 미술사학, 문화재보존학, 역사학 전공자를 선발한다. 반면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미술관에서는 미술·예술·디자인 전공자를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는 기본적으로 4년(+남자 군대 2년) 과정이다. 그리고 바로 대학원에 입학한다면 2년안에 석사과정을 수료할 수 있다. 논문을 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제각각이겠지만 열심히 노력했다면 수료 후 2년 안에 취득 가능하다. 따라서 학부 4년+대학원 4년을 합하면 8년이라는 시간을 오직 학위 취득에만 몰두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석사를 취득했다고 큐레이터가 쉽게 되는게 아니다. 국가직, 지방직 학예사가 되기 위해서 시험과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공무원 시험과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 따라서 누구는 1년 만에 붙기도 하고, 누구는 10년을 공부해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운이 좋아서 2년안에 붙었다고 치면 도합 10년의 세월을 투자해야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 즉 30대 초반에 큐레이터가 되는 것인데, 이것도 아주 운이 좋고 실력이 좋은 사람에 한한 것이지, 논문이나 시험에 걸리는 시간에 따라 40대에 큐레이터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일단 학비를 계산해보자. 대학교 4년 과정이면 국립과 사립에 따라 학비는 다르겠지만 1학기를 500만 원으로 계산해 보자. 500만 원 × 8학기(4년)=4천만 원이다. 대학원 역시 500만 원으로 계산하면 500만 원 ×4학기(2년)=2천만 원이다. 여기에 6년 동안 생활비, 용돈, 기타 비용을 모두 합치면 1억 원은 가볍게 넘긴다. 

 

보통 대학교까지는 부모님이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주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교 이후다. 대학원부터는 집에다 손 벌리기도 뭐하고, 대학원 공부와 직장을 병행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주 적은 급여를 받고 가벼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 대학원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케이스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것이 전일제와 비전일제의 차이다. 전일제의 경우 취업을 하지 않고 오로지 대학원 공부에만 몰두하는 케이스다. 운이 좋아 조교나 아르바이트로 용돈 정도를 벌 수 있지만 논문 통과까지 제대로 된 수입을 낼 수 없다.

 

 

반면 비전일제는 대학원 공부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경운데, 학비나 생활비를 충당하는건 전일제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 하지만 비전일제는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이 전일제보다 현저히 떨어져 논문을 쓰기까지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전일제=빠른 논문 통과, 비전일제=생활안정(그나마)라고 생각하면 쉽다. 

노력

당신의 노력과 운이 작용해 10년안에 큐레이터가 되었다고 치자. 하지만 당신의 친구들은 이미 대학교 졸업 후 1~2년 안에 번듯한 직장을 잡고 누구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거나, 번듯한 차를 굴리며 모임에 나올 것이다. 당신은 큐레이터가 되어 친구들 앞에 짜잔 하고 모습을 드러내었지만, 친구들은 당신의 선택에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래, 그렇게 노력해서 지금 연봉이 얼마야? 아니?! 그거 받으려고 이 고생을 한 거야?!!!. 

 

이러한 가정은 당신이 국가직, 지방직 혹은 공공기관에 취업했을 경우를 예시로 든 것이다. 만약 영세한 사립이나 연봉이 적은 공공기관에 취업했다면 당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은 당신의 선택을 의아해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연봉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한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거나, 때로는 적기 때문이다.

 

사실을 말하면 큐레이터로 돈 벌 생각은 하지 말자. 큐레이터로 돈 좀 버는 사람들은(일부 특이 케이스 제외) 국립박물관장이나 고위직 공무원이 되었을 경우에 한정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가직 시험을 뚫고, 평생 승진에 목메어 살아야 겨우 가능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큐레이터가 되려는 사람들은 자기만족을 우선시한다. 물론 나처럼 이걸 모르고 도전했다가 그냥 눌러앉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큐레이터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평생 활동할 수 있고, 업무에 대한 보람이 다른 직종보다 월등히 높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동경을 받는 직업이 큐레이터다.

 

보기에는 고상하고 품격 있는 직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가난하고(?) 온갖 핍박을 견뎌야만 해낼 수 있는 직업이 큐레이터다. 만약 당신이 지금 큐레이터를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보고 동경하여,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면 당장 원양어선을 한 5년간 타고(?) 돌아오자.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처럼)그럼 당신에겐 1~2억 원의 돈이 생길 것이다. 당신은 이제 준비가 되었다.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시험 준비를 하기 딱 좋은 상황이 되었다. 이쪽 업계에서 5년 정도는 큰 시간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원양어선 먼저 타고, 이후 큐레이터가 되자. 이 정도 각오가 있다면 당신은 큐레이터가 되기 충분한 사람이다.  

 

2020/02/11 - [지식창고] - 큐레이터(학예사)가 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

2020/02/13 - [지식창고] - 큐레이터(학예사) 연봉은 얼마나 받나? 현실적인 구인구직 상황

2020/03/30 - [지식창고] - 큐레이터(학예사)의 필수요건 도슨트(전시설명) 잘하는법

2020/05/05 - [지식창고] - 공무원(공무직) 학예사가 되는 방법은?

2020/08/06 - [지식창고] - 큐레이터(학예사)로 가는 길: 대학원 진학 vs 준학예사 시험

2020/08/08 - [지식창고] - 큐레이터(학예사)의 업무경험담: 사립(대학)박물관 편

2020/08/09 - [지식창고] - 큐레이터(학예사)의 업무경험담: 국립박물관 편

2020/08/10 - [지식창고] - 큐레이터(학예사)의 업무경험담: 사립(기업)박물관 편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