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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승부의 결과

짧았던 2020 코보컵이 끝났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흥국생명이 아닌 GS칼텍스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조별예선부터 무실세트로 셧아웃 승리를 이어가던 흥국생명이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만난 GS칼텍스에게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흥국생명을 상대로 한 세트를 따내는것도 힘겨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GS칼텍스는 3세트를 내리 따내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흥국생명의 강력한 공격라인을 상대로, GS칼텍스 역시 강대강으로 맞붙었다. 김연경-이재영-루시아라는 어벤저스 급 삼각편대를 상대로 이소영-강소휘-러츠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화력전을 펼쳤다.

 

매 세트 아슬아슬한 동점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결국 집중력이 강한 GS칼텍스가 승리했다. 김연경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실제로 어택 커버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흥국생명이다. 반면 GS칼텍스는 집념의 수비로 공을 끝까지 살리고 살려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루시아 195cm, 김연경 192cm, 김세영 190cm로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하는 흥국생명이다. 하지만 GS칼텍스 역시 러츠 206cm, 한수지 182cm와 더불어 장신센터 문명화(189cm)를 출전시켜 이에 대항했다. GS칼텍스는 김연경의 공격을 번번히 막아내며 블로킹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양 팀의 삼각편대는 점유율을 고루 가져갔지만 득점면에서 부진했던 김연경과 폭발한 러츠가 승부의 포인트가 되었다. GS칼텍스에 비해 중앙 공격이 강한 흥국생명이지만 이주아가 부진했고, 번번이 공격이 막히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좋지 못했던 흥국생명이다.

 

 

반면 GS칼텍스는 위기의 순간에 끈질긴 수비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한다혜를 중심으로 이소영과 강소휘가 리시브를 잘 버텨주었다. 또 강소휘와 안혜진은 서브 에이스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전반적으로 GS칼텍스는 강력한 공격과 철벽 블로킹 그리고 끈질긴 수비 등 3박자가 잘 어우러졌다. 

흥벤져스 흥국생명

흥국생명삼각편대(김연경, 이재영, 루시아)는 사기급이다. 셋 중에 한 선수만 있어도 강팀으로 꼽힐 텐데, 무려 세명이 같은 코트를 밟으며 뛰고 있다. 김연경은 말할 것도 없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폭발적인 득점력은 물론 화려한 테크닉과 안정된 리시브 그리고 블로킹과 서브,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선수다.

 

세계 최고 리그로 꼽히는 터키와 중국에서 우승과 MVP를 수차례 경험한 김연경이다. 지금은 30대 초반의 나이로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해도, 여전히 월드클라스 급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다. 또 팀을 이끄는 리더십을 겸비하고, 팬들을 끌어모으는 스타성까지 갖추고 있는 여자배구계의 슈퍼스타다. 

 

이재영은 국내리그 최고의 레프트(윙스파이커)로 꼽힌다. 경기당 20~30 득점을 기록하며, 리시브 효율도 좋다. 위기의 순간에 팀을 승리로 이끄는 해결사 겸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선수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레프트 루시아는 흥국생명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래서 이번 시즌 재계약에 성공해, 삼각편대의 한 날개를 맡고 있다. 

 

코보컵 조별예선부터 흥국생명의 삼각편대는 불을 뿜었다. 김연경, 이재영, 루시아가 고른 득점을 내며 상대 수비라인을 아주 가볍게 무너뜨렸다. 준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흥국생명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맥이 빠지게 할 만큼 너무나 강력해서, 누가 흥국생명에 대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정규리그 1위팀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IBK기업은행,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무참한 폭격을 감행한 흥국생명이다. 3경기 연속 셧아웃 승리 후 결승전에서 GS칼텍스를 만났다. 대부분 흥국생명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유일한 대항마 GS칼텍스

현대건설, IBK기업은행, 한국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상대로 무참히 깨지는 걸 본 GS칼텍스다. 따라서 당연히 수비적으로 나와 한 세트라도 따내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최강 삼각편대를 상대로, GS칼텍스의 삼각편대(이소영, 강소휘, 러츠)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여자배구 팀 중 누가 흥국생명을 상대로 화력전을 펼칠 수 있을가? 현대건설 양효진-정지윤-루소, IBK기업은행 김희진-표승주-라자레바, 한국도로공사 박정아-배유나-켈시, KGC인삼공사 디우프-최은지-한송이 등 각 팀의 주 득점원을 봐도 흥국생명과 비교하면 전력이 한참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반면 GS칼텍스는 이소영-강소휘-러츠라는 강력한 삼각편대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절대적인 비교에서 흥국생명에 못미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번 분위기를 타고 불을 뿜으면 승부는 알 수 없다. 차상현 감독은 선수들을 믿었고, GS칼텍스의 삼각편대는 어벤저스 흥국생명을 상대로 폭격을 퍼부었다. 

 

공격과 수비가 좋은 이소영이 중심을 잡고, 강소휘와 러츠가 양 날개에서 불을 뿜었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어택커버가 빛을 발했고, 중요한 순간에 블로킹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러츠 25 득점, 이소영 18 득점, 강소휘 14 득점으로 점유율 면에서도 다양한 공격 루트로 흥국생명을 괴롭혔다. 

흥국생명 파해법

GS칼텍스가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리한 요인은 무엇일가? 첫 번째 김연경이 이끄는 흥국생명 삼각편대에 정면승부를 걸었다. 이소영, 강소휘, 러츠라는 강력한 공격라인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한 전법이다. 상대의 강력한 공격라인을 피하는 게 아닌 정면에서 맞받아쳐, 오히려 득점력 면에서 우위를 차지한 GS칼텍스다. 

 

두 번째, 목적타 서브로 이재영을 괴롭혔다. 사실 흥국생명은 어느 한 선수를 막는다고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이재영을 막아도 김연경과 루시아가 있다. 하지만 김연경과 루시아는 아직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상태로, 팀의 에이스는 누가 봐도 이재영이다. 

 

그런 이재영에게 집요한 목적타 서브를 넣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재영의 리시브 점유율은 54%로 팀에서 가장 많은 공을 받아내었다. 그럼에도 이재영은 17득점으로 득점 역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이재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선수인지 수치가 잘 보여준다. 만약 목적타 서브가 효과를 못 보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뻔하다.  공격을 못하게 서브를 몰아넣었는데도,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이재영이다.

 

세 번째 센터 문명화를 출격시켰다. 사실 문명화는 김유리, 권민지에 밀려 출전 기회를 거의 받지 못했다. 신장 189cm로 러츠 다음으로 큰 선수지만, 부상과 경기력 부진으로 제 몫을 못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장신 군단을 상대로 차상현 감독은 문명화를 선택했다. 비록 경기에서 1개의 블로킹밖에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그 존재감만으로도 빛이난 문명화다. 

 

 

사실 결승전에서 흥국생명에 졌어도 크게 부담이 없었을 GS칼텍스다. 흥국생명의 막강한 전력에 무릎을 꿇은 수많은 팀들이 있기에,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을 것이다. 오히려 부담 없이 임한 경기가 잘 풀린 경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연경과 루시아의 컨디션이 올라올 것이고, 조직력도 더 강화될게 분명하다. 물오른 흥국생명의 삼각편대 앞에 GS칼텍스가 다시 강대강으로 맞붙을지는 모르지만, 우승을 원한다면 절대 피해갈 수 없다. 또 피해 가서도 안 된다. 장렬히 산화할지언정 불꽃같은 화력전을 펼쳐야 겨우 이길 수 있는 상대가 흥국생명이다. 

 

코보컵 결승전은 다른 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흥국생명의 삼각편대가 두려워 수비적으로 나갔지만, 결국 모두 패배했다. 하지만 강공을 택한 GS칼텍스는 흥국생명을 무너뜨렸다. 엄청난 화력으로 맞불을 놓았고, 분위기를 상승시키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이기려면 결국엔 공격으로 득점을 내야 한다.

 

수비로 아무리 공을 받아 올려봤자 공격에서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앞으로 정규리그가 개막하기 전 많은 팀들이 흥국생명, 특히 김연경 파해법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피하면 이길 수 없고, 맞붙으면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코보컵에서 GS칼텍스가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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